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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는 그 면적이 서울의 세 배에 달하지만 인구는 10분의 1도 안되는 여백의 섬이다. 평균 층수가 6.3층일 만큼 높은 건물도 별로 없고, 건축과 개발이 활발히 이뤄지는 도시도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 회사는 제주 승강기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며 그 저력을 증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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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는 그 면적이 서울의 세 배에 달하지만 인구는 10분의 1도 안되는 여백의 섬이다. 평균 층수가 6.3층일 만큼 높은 건물도 별로 없고, 건축과 개발이 활발히 이뤄지는 도시도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 회사는 제주 승강기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며 그 저력을 증명하고 있다.
“현재 제주도에는 총 1만6천4백 대의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습니다. 그중 우리 회사 제품은 5천4백 대가 넘습니다. 대표 현장은 크게 세 곳인데요. 제주에서 두 번째로 높은 건물인 롯데시티호텔, 제주 지역 최대의 컨벤션 호텔인 제주부영호텔&리조트가 있고요. 노형동에 있는 현대해상 제주사옥은 분속 210m 제품이 3대 설치돼 있어 속도로 내세울 수 있는 현장입니다.”
묵묵하고 단단하게 쌓은 내공
묵묵하게 자신의 역할을 하며 많은 후배에게 귀감이 되고 있는 그에게도 여러 번의 위기가 있었다. 그중 아직도 잊을 수 없는 순간은 2007년, 태풍 ‘나리’가 제주를 휩쓸었을 때다. 제주는 물이 잘 빠지는 현무암 지질이어서 홍수 피해가 드물다. 그러나 그때는 시간당 100mm의 유례없는 폭우가 쏟아져 제주도의 주요 하천이 모두 범람하고 사망자도 12명이나 발생했다.
“정전, 산사태 등으로 제주 전역의 엘리베이터가 모두 멈췄을 만큼 아수라장이었습니다. 비바람 때문에 한치 앞도 안보여서 출동 자체가 위험한 상황이었어요. 한번도 겪어보지 못한 자연재해 앞에 두려움이 컸지만 한재현 기장을 비롯한 베테랑 동료들 덕분에 무사히 위기를 극복했습니다. 여러모로 쓰라린 기억이지만, 그 경험으로 인해 제주지사 구성원들은 한층 더 단단해질 수 있었습니다.”
제주 DNA로 스며들다
‘건너야 갈 수 있는 고을’이라는 뜻의 제주(濟州). 고립된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이곳에는 제주만의 고유한 관습이 존재한다. 그중 하나가 ‘괸당(친척) 문화’다. 제주에서의 ‘친척’은 혈연, 지연, 학연을 모두 포함한다. 척박한 땅에서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살아온 세월의 흔적인데, 이 매커니즘을 잘 이해해야 제주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제주 사람들은 실력이 조금 떨어지고 부족하더라도 웬만한 일은 괸당에게 맡깁니다. 그래서 외지 사람들이 자리잡기 어렵죠. 다행히 저희 지사에는 제주 토박이 구성원이 많아서 자연스럽게 대응하고 있습니다. ‘해주마씸!’ 한마디면 등 돌리고 앉은 고객도 슬며시 눈길을 준답니다.”
‘신구간(新舊間)’이라는 풍습도 흥미롭다. 연초 일주일 정도의 기간을 뜻하는데, 이때 제주 사람들은 이사나 집수리 등의 큰 일을 몰아서 치른다. 지상의 신들이 모두 옥황상제에게 보고하러 하늘로 올라가고 없어 탈이 안 난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 시기에는 저희도 덩달아 바빠집니다. 이사하는 사람들이 워낙 많아서 새벽 3시까지 입주 대기를 한 적도 있어요. 건물 준공이나 리모델링도 이 시기에 많이 하기 때문에 승강기 검사 일정이 한꺼번에 잡히기도 합니다. 인터넷 설치나 입주 청소 같은 다른 업체들은 육지에 인력 지원을 요청할 정도라고 하니 얼마나 어수선할지 상상이 가시죠?”
관광객에겐 한없이 아름답지만 생활자에겐 대자연의 섭리가 지배하는 어려운 도시, 제주. 제주지사 구성원들도 마찬가지다. 특히 바닷물이 제일 고충이다. 염분이 엘리베이터의 알루미늄 소재를 부식시켜 고장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옥상의 기계실 문을 못 열 만큼 강풍이 불 때도 있고, 긴급 자재가 필요해도 하루이틀은 감수해야 한다. 비가 워낙 자주 내리다 보니 강수 소식이 있으면 입주민들이 알아서 엘리베이터를 최상층에 올려놓고 전원을 끈다.
매순간 대자연과 사투를 벌여야 하는 고난이도의 근무 환경이지만, 그럼에도 이들이 매일 현장으로 나가는 이유는 고객 때문이다. 어느새 수많은 고객과 괸당이 된 제주지사 구성원들. 엘리베이터 옆에 가만히 놓여 있는 귤 한 박스, 그 안에 담긴 신뢰와 응원을 알기에 이들은 오늘도 치열한 현장 속으로 뛰어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