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 생각하는 기술
전동 휠체어를 사용하는 이들은 엘리베이터를 탈 때마다 늘 추락의 공포와 마주한다. 편리한 이동을 위해 만들어진 엘리베이터가 누군가에겐 불안의 공간이기도 한 것.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이 나섰다. 지난 4월 ‘교통약자 엘리베이터 추락사고 방지 기술’을 개발해 더 안전한 엘리베이터의 미래를 선보였다.

이번 연구는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이하 철도연) 철도산업지원실에서 주관하는 ‘유관기관 연계 중소기업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부산교통공사에서 전동 휠체어 승강구 추락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1,000J(줄·Joule)급 엘리베이터 출입문 이탈 방지 장치 개발을 제안했고, 그 필요에 공감한 세 기관(철도운영기관, 중소기업, 정부출연연구기관)이 힘을 모았다.

우선 부산지하철에서 발생한 전동 휠체어 추락 사고를 분석했다. 사고 당시 CCTV 영상을 보니 전동 휠체어 충격이 약 600J 정도로 추정됐고, 최고 속도로 충돌하면 그 충격이 약 1,000J까지 강해질 수 있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사고 당시 엘리베이터 출입문에는 국내 안전 규정에 따라 450J의 충격을 견딜 수 있는 이탈 방지 장치가 설치돼 있었지만 전동 휠체어의 추락 사고를 막을 수는 없었다. 이에 1,000J급 외부 충격에도 견딜 수 있는 이탈 방지 장치 개발을 목표로 본격적인 설계에 착수했다.

참여 기업에서는 가이드슈와 스토퍼로 구성된 기존 이탈 방지 장치에 사이드 후크를 추가해 성능을 개선하자고 제안했다. 450J급에서 1,000J급으로 성능을 대폭 향상시키려면 가이드슈와 스토퍼의 치수 변경, 추가하는 사이드 후크의 수량과 설치 위치 등을 결정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수많은 설계 변경과 성능 평가가 요구된다. 그러나 매번 설계가 변경될 때마다 시험으로 성능을 평가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우선 엘리베이터 출입문 구조체에 대한 충돌 시뮬레이션 모델을 구축했다. 이후 이 모델을 기반으로 주요 설계 파라미터(매개변수)를 변경해가면서 1,000J의 충격에도 견딜 수 있는 최적의 이탈 방지 장치 설계안을 찾아냈다. 

1,000J진입장벽넘어서다

한국승강기안전공단 승강기안전기술원에서 450J 진자 충격 시험을 진행했다.

한국승강기안전공단 승강기안전기술원에서 450J 진자 충격 시험을 진행했다.

1,000J급 이탈 방지 장치의 성능 검증 시험을 위해 한국승강기안전공단 승강기안전기술원을 방문했다. 하지만 당시 승강기안전기술원 시험 장비는 법정 시험인 450J 진자 충격 시험만 가능한 상황이었다(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승강기안전기술원에서 1,000J 진자 충격 시험이 가능하도록 시험 장비를 업그레이드했다). 1,000J급 이탈 방지 장치도 현장 적용을 위해서는 법정 시험인 450J 진자 충격 시험을 통과해야 하므로 우선 450J 충격에 대한 안전성 평가를 승강기안전기술원에 의뢰했다. 이와는 별도로 철도연 자체적으로 1,000J 진자 충격 시험을 위한 시험 지그를 제작했으며 1,000J 충격에 대한 안전성 검증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1,000J 진자 충격 시험을 위해 철도연 자체적으로 시험 지그를 제작했다.

1,000J 진자 충격 시험을 위해 철도연 자체적으로 시험 지그를 제작했다.

이후 실제로 사용할 때의 문제점은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 지난 6월 부산교통공사 철도역사 엘리베이터 4개소(부산역 2호기, 덕천역 2호기, 율리역 2호기, 남산정역 2호기)에 1,000J급 이탈 방지 장치를 시범 설치했다. 그런데 현장 설치 과정에서 사이드 후크의 간섭이 있었으며 이를 개선하기 위한 추가 공사가 필요했다. 어떤 현장에서는 출입문에 사이드 후크를 설치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 출입문을 교체하기도 했다. 가이드슈, 스토퍼와 함께 사이드 후크를 설치해야 외부 충격에 강하게 버틸 수 있는데 사이드 후크를 설치할 수 없는 현장을 위한 대안도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래서 출입문이 외부 충격을 받았을 때 가이드슈와 스토퍼가 후킹될 수 있는 매커니즘을 고안했으며 이런 매커니즘을 기반으로 사이드 후크 없이 1,000J의 충격을 견딜 수 있는 설계 대안을 만들고 있다.

08_dt_model_img 5

모두에게 안전엘리베이터가 되도록

이번 연구는 국내 최초로 1,000J급 엘리베이터 출입문 이탈 방지 장치를 개발하고, 진자 충격 시험을 통해 성능 검증을 완료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특히 개발된 이탈 방지 장치는 철도역사에 설치된 엘리베이터 출입문 중 가장 약한 문(두께 1.5mm)을 기준으로 성능 검증을 완료해 두께 1.5mm 이상의 출입문에 모두 적용할 수 있으며, 한쪽 문 폭이 800mm인 경우와 1,100mm인 경우에 대한 안전성 평가도 모두 완료해 대부분의 엘리베이터 출입문에 적용 가능하다.

아직 가야 할 길은 더 남았다. 현재 시범 설치된 부산교통공사 철도역사 4개소에서 운영 및 유지보수 관련 개선 사항을 발굴하고 추후 설계 개선에 반영해 다양한 현장에 쉽게 적용할 수 있는 기술로 완성해나갈 계획이다.

최근 전동 휠체어, 전동 스쿠터 등 전동 보장구 보급이 확대되면서 승강구 추락 사고가 철도역사 뿐 아니라 아파트 등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엘리베이터 관련 안전 규정이 강화되면서 아파트 등에 이미 설치된 엘리베이터 문에도 450J 이상의 이탈 방지 장치를 추가로 설치해야 하는데, 이번에 개발한 1,000J급 이탈 방지 장치를 확대 적용하면 교통 약자의 승강구 추락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글 · 정현승(한국철도기술연구원 연구원)
RELA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