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누가 이렇게 묻는다면 여러분의 대답은? 검색창에 ‘재즈’를 입력해서 까마득한 탄생 역사부터 찾아보고 있다면, 땡! 그냥 “샤빠뚜비두바~ 두비두비두바~” 하면서 우스꽝스럽게 재지(Jazzy)한 노래를 부르면 된다. 도대체 무슨 말이냐고? 요즘 유행하는 ‘재즈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놀이에 대한 설명이다. 그래도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고? 괴로워할 것 없다. 의미도, 맥락도 없는 게 바로 지금부터 이야기할 ‘밈(Meme)’의 핵심이니까.
이미 우리는 ‘밈’며들었다
디지털 모바일 라이프를 살아가는 요즘 세대는 주로 온라인 공간에서 소통한다. 재미있는 이미지나 영상을 주고받기 수월해지자 기존 콘텐츠를 상황이나 용도에 맞게 재생산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는데, 그들이 제작한 모방 콘텐츠나 창작물을 ‘밈(Meme)’이라 부른다. 우리 나라 사람들은 보통 ‘짤’이라고 한다.
‘밈’은 원래 학술 용어였다. 영국 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가 1976년에 쓴 책 <이기적 유전자>에서 ‘모방을 통해 습득하는 문화적 요소’를 뜻하는 말로 처음 등장했는데, 세월이 흘러 지금은 대중 놀이의 하나를 지칭하는 말로 자리를 잡았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대부분 아는 “사딸라!” “무야~호!” “묻고 더블로 가!”가 대표적인 밈이다. 드라마 <야인시대>, 예능 <무한도전>, 영화 <타짜> 속 대사와 장면을 캡처해 일상 속에서 유희적 대화 요소로 활용한다. 회식비를 정산하는 대화에서 “사딸라!”로 분위기를 환기시키거나 조용한 단톡방에서 “무야~호!”로 대화를 시작하는 식이다.
드라마 <야인시대>의 명대사
“사딸라!”
출처: 유튜브 채널 ‘빽드’
출처: MBC엔터테인먼트
국민 예능이었던 <무한도전> 속
웃긴 장면들은
모두 인기 있는 짤로 재탄생했다.
<타짜>의 명대사 “묻고 더블로 가!”는
최근 한 패스트푸드 기업의 광고에도 활용됐다.
출처: 버거킹
이렇듯 기존 콘텐츠를 그대로 활용하는 ‘짤’ 중심 놀이가 있는가 하면 직접 참여하는 ‘체험형’ 놀이도 있다. 2014년 루게릭병 환자를 돕기 위한 릴레이 캠페인 ‘아이스버킷 챌린지’가 그 시작이다. 이후 가수 비의 노래 <깡> 안무를 재미있게 표현하는 ‘1일1깡 챌린지’, 가수 지코의 노래 <아무 노래> 안무를 따라 하는 ‘아무 노래 챌린지’ 등이 차례로 유행했다. 특히 숏폼 플랫폼 틱톡에서 진행된 ‘아무 노래 챌린지’는 전 세계에서 5만 명 이상의 유저가 참여했을 정도로 신드롬을 일으켰다. 최근에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나온 인사법 “우 투더 영 투더 우!”를 따라하는 영상이 늘고 있고 칸 영화제 수상작 <헤어질 결심>의 대사 “내가 그렇게 나쁩니까?”가 사람들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중이다.
출처: MBC엔터테인먼트
가수 비의 노래 <깡>은 중독성이 강해
‘1일1깡’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가수 지코의 ‘아무 노래 챌린지’는
전 세계 5만 명 이상이 참여했다.
출처: 유튜브 채널 ‘티트렌드’
출처: 에이스토리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속
독특한 인사법은 최근 유행하는 밈이다.
우리는 놀 줄 아는 민족이니까
밈은 지금 이 시대를 주름잡고 있는 강한 문화 현상이자 소통의 도구이며 자신을 드러내는 수단이다. ‘재미’를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요즘 세대들이 주로 소비하기 때문에 밈 역시 재미있어야 통한다. 설령 화제가 됐다 해도 재미 요소가 지속적으로 따라붙지 못하면 금세 사라진다. 분야도 넘나든다. 드라마, 예능, 영화 등의 미디어는 물론 따분할 것 같은 정치 이슈도 재미로 승화한다. 명분이나 의미는 없다. 그저 웃고 즐길 수만 있으면 된다. 그게 바로 밈의 핵심이다. 어떤 밈이 언제 생겨나고 언제 사라질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일단 화제가 되면 그저 최선을 다해 즐기면 된다.
그럼 이쯤에서 다시 ‘재즈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놀이를 이야기해볼까. 그 시작은 유명 웹툰 작가 주호민의 개인 방송이다. 2년 전 그는 자신의 방송에서 재즈에 관한 이야기를 늘어놓다가 1976년 그래미 어워드를 언급했다. 당시 시상자였던 엘라 피츠제럴드에게 진행자는 “재즈가 뭐라고 생각하세요?”라고 물었고 잠시 고민하던 엘라가 “샤빠뚜비두바~ 두비두비두바~”라고 답하는 모습. 주호민은 이 장면이 인상 깊었다면서 따라했는데 그 모습이 본래 의도와는 다르게 시청자들의 재미 촉수를 건드렸다.
출처: 유튜브 채널
‘We should share Music’
‘재즈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밈의 시초가 된
엘라 피츠제럴드(왼쪽).
웹툰 작가 주호민의 개인 방송 영상을
한 유튜버가 코믹하게 편집해
밈의 물꼬를 텄다.
출처: 유튜브 채널 ‘sofa4844’
웹툰 작가 주호민의 개인 방송 영상을
한 유튜버가 코믹하게 편집해
밈의 물꼬를 텄다.
이후 한 유튜버가 해당 장면에 피아노 연주곡을 삽입한 영상을 커뮤니티에 올려 대중의 시선을 모았고 금세 온갖 변형을 거듭하며 각종 커뮤니티에 퍼졌다. 주호민이 노래하는 부분에 기타나 드럼 연주를 삽입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랩, 합창 등으로 리메이크한 사람들도 있다. BTS 멤버들도 따라했을 만큼 유명해진 이 놀이는 지난 5월 열린 ‘서울 재즈 페스티벌’에서도 등장했다. 가수 선우정아가 공연 도중 관객들에게 “재즈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라고 묻자 관객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여전히 힙하고 핫한 놀이. 마침 10월에도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과 ‘서울숲 재즈 페스티벌’이 연이어 열린다. 외칠 준비 됐는가? “샤빠두비두바~ 두비두비두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