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재된 소비 권력, GG가 온다
노인 인구 1천만 시대, 시니어가 소비 시장의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경제력을 기반으로 구매력을 갖춘 시니어, 일명 ‘GG(Grand Generation)’는 돌봄 대상이 아니라 시장이 선점해야 할 매력적인 소비자다. 마침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1월 ‘GG 마켓 공략 보고서’를 발표했다. 과연 GG의 마음은 어떻게 사로잡을 수 있을까?
GG: ‘Grand Generation’의 줄임말로, 은퇴를 앞뒀거나 은퇴 후에도 왕성한 경제∙사회∙여가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세대를 뜻한다. 1950~1971년생이 이에 해당한다.

나이에 대한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 GG는 스스로를 생물학적 나이보다 10년 이상 젊은 ‘감성 나이(Mind-Aging)’로 인지하고 생활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기업은 실제 나이가 아닌 감성 나이를 기준으로 상품과 서비스를 제안해야 한다. ‘노년’, ‘늙음’에서 벗어나 삶을 더 젊고 역동적으로 만들어줄 아이템 발굴이 중요하다. 실제 미국의 안경 회사 카디스 아이웨어는 다양한 색상과 스타일의 돋보기 안경을 출시해 환영을 받았다.

이들은 디지털을 잘 다룬다. 하나금융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팬데믹 기간 동안 50~60대의 앱 서비스(배달 플랫폼, OTT 등) 결제 건수는 30대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따라서 이동성, 헬스케어, 일상 생활 지원 등 다양한 측면에서 ICT를 접목한 GG 대상의 제품 개발이 필요하다. 빅데이터를 활용해 갱년기 불면증 장애를 개선하는 서비스나 인지 장애를 예방하는 모바일 게임 등 디지털 맞춤형 시장으로의 발 빠른 진입이 요구된다.

GG는 남아 있는 삶을 능동적으로 살고자 건강과 외모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경향이 있다. 이들은 노화를 싸워 이기려는 ‘안티 에이징(Anti-Aging)’보다는 노화를 받아들이되 속도를 늦추는 ‘슬로우 에이징(Slow-Aging)’, 나이에 맞는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프로 에이징(Pro-Aging)’을 추구한다. 따라서 자신의 모습을 당당하게 표현하도록 돕는 내적, 외적 관리 방법에 주목해야 한다.

품격 있는 노년을 보내고 싶어하는 GG는 일과 가족 부양이 완전히 끝난 해방 상태이기 때문에 비일상적인 공간에서 자아실현을 원한다. 돈보다 시간이 더 중요해지는 시기이고, 인생의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에 좋은 경험과 추억을 남기고자 한다. 따라서 기업은 GG가 구매하는 상품과 서비스가 어떤 가치를 선사할지 명확히 제시하고, 구매 과정에서도 감성 충족을 위한 프리미엄 체험을 고민해야 한다.

GG는 과거의 노인들과 달리 대중문화에 적극 동참한다. 활발한 대외 활동으로 개인의 소비가 네트워크로 연결돼 다른 사람의 소비에 영향을 받는 경향이 있다. 이는 MZ 세대에서 유행하는 ‘디토 소비*’와 일맥상통하다. 시니어 인플루언서의 라이프 스타일을 따르고 그들의 추천 상품을 구매하는 시니어가 느는 만큼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에 맞는 영향력 있는 시니어 인플루언서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디토 소비: ‘마찬가지’를 뜻하는 영단어 ‘ditto’에서 파생된 용어로, 자신의 취향 또는 가치관과 비슷한 특정 인물이나 콘텐츠의 제안에 따라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 트렌드. 단순히 유명 스타나 인플루언서를 맹목적으로 따라하는 ‘모방 소비’와 달리 자신과 외형이나 취향이 비슷한 대상의 소비를 추종하는 특징이 있다.

이들은 ‘내 노후는 내가 책임진다’는 가치관이 강하다. 따라서 자립적 노후 생활을 위한 제품과 서비스가 니치 마켓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케어 식단 구독 서비스, 쇼핑 대행 서비스를 비롯해 스스로 잘 살기 위해 필요한 기술 및 지식 습득 등 학습 시장도 주목할 만하다. 이러한 서비스의 핵심은 단순한 편의성 제공에서 벗어나 시니어들의 사회적 고립을 해소하고 정서적 케어를 지원하는 데 있다.

2022년 일본에서 발표한 고령사회백서에 따르면 시니어들은 이웃과 취미를 함께하거나 식사를 하며 이야기 나눌 때 행복을 느낀다. 이렇듯 GG는 사회적 관계에서 정서적 안정감을 느끼고, 제3의 공간에서 배우고 어울리는 ‘사회적 나이듦(Social-Aging)’을 추구한다. 따라서 기업들이 브랜드와 유대감을 느끼고 서포터즈로 함께 활동할 수 있는 그들만의 커뮤니티를 마련한다면 GG는 브랜드 충성도가 높은 엠버서더로 성장할 수 있다.

이제 우리는 시니어를 ‘주류에서 밀려난 세대’로 인식하는 고정관념을 버려야 한다. 100세 시대의 시니어는 인구 규모나 경제력 면에서 무시할 수 없는 영향력을 지닌다. 더욱이 그들은 늙고 초라한 모습이 아닌 역동적이고 사회적인 모습을 갖췄다. 시니어가 큰 소비 집단으로 떠오르는 만큼 기업은 이들의 생활 패턴과 요구를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소비 트렌드를 이끌 거대한 큰 손, GG가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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