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이 가벼워지고 있다
육즙이 철철 흐르는 햄버거, 이가 아리도록 단 아이스크림의 인기가 저물어간다. 요즘 사람들은 ‘제로', '프리’가 붙은 음식을 먹으며 건강한 식사를 즐긴다. 길고 긴 팬데믹이 불러온 헬시 플레저(Healthy Pleasure) 열풍이 식탁 위까지 찾아온 것이다.
‘헬시 플레저’란 건강을 관리하며 즐거움을 찾는 요즘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일컫는 말이다. 고강도 운동의 고통을 감내하고 맛있는 음식을 포기하며 힘겨운 시간을 보냈던 과거의 건강 관리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코로나19 이후 건강과 면역에 관심이 많아진 소비자들은 ‘건강 관리’란 평생 성실히 해야 하는 숙제임을 깨달았다. 무엇이든 ‘즐거워야’ 오랫동안 꾸준히 해낼 수 있는 법. 그렇게 헬시 플레저의 길로 들어선 소비자들은 ‘#오운완(오늘 운동 완료) 챌린지’로 자신의 하루 운동량을 SNS에 인증하며 놀고, ‘어다행다(어차피 다이어트하는 거, 행복하게 다이어트 하자)’ 마인드로 식탁 앞에 앉아 식사를 즐긴다.
재미있는 운동, 예쁜 운동복과 운동기구, 맛있는 로우 푸드(Low Food) 등 즐겁게 몸과 마음을 챙기도록 돕는 건강 관리 산업도 덩달아 성장하고 있다. 안마 의자, 마사지 건 등 바쁜 일상 속에서 효율적으로 피로를 해소할 수 있는 제품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으며 재미로 보는 운세, 멍 때리기, 온라인 미술 심리 치료 등 정신 건강을 챙기는 방법도 다양해졌다.

건강을 위해
빼고 덜어내기

특히 여름을 앞두고 로우 푸드를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로우 푸드란 칼로리가 거의 없거나 당, 나트륨, 지방 같은 특정 성분의 함량을 현저히 줄인 식품을 말한다. 흔히 ‘제로 슈거’ ‘*글루텐 프리’ ‘저지방’ 등으로 표현한다.

로우 푸드의 선두주자는 음료 업계다. 펩시 제로 슈거 라임은 2022년 1월 국내 출시 이후 3억 개 이상 팔리며 상반기 무설탕 탄산음료 시장 점유율 50%로 1위를 차지했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서 추산한 제로 탄산음료 시장은 2016년 903억 원 수준이었으나 2018년 1천155억 원, 2020년에는 1천319억 원까지 올랐고 2021년에는 2천189억 원으로 성장했다. 음료뿐만 아니라 간식, 유가공 등 전방위적인 로우 푸드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는 기록도 있다. 2022년 여름 위메프의 로우 푸드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급증했는데, 특히 글루텐 프리 간식의 매출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글루텐 프리 : 글루텐은 밀, 보리 등 곡류에 있는 불용성 단백질이다. 밀가루 반죽을 부풀어 오르게 하고 쫄깃쫄깃하게 만든다. 그러나 비만의 원인이 되고 우울감과 피로감을 높이는 등 부작용이 발견돼 최근 글루텐 프리 제품이 인기를 얻고 있다.
출처: 위메프
롯데제과는 아예 ‘무설탕’을 앞세운 신규 디저트 브랜드 ‘제로(ZERO)’를 론칭했으며 오뚜기는 기존보다 지방 함량을 줄인 ‘가벼운 참치’를 리뉴얼해 출시했다. 동서식품도 프리미엄 커피 음료인 ‘맥심 티오피’에 저칼로리 커피를 포함했다. 대체당() 식품 브랜드인 ‘인테이크’는 당뿐만 아니라 색소까지 뺀 투명한 콜라를 선보였다. 콜라 특유의 진한 갈색 빛을 내기 위해 사용되는 캐러멜 색소가 노화를 촉진시킨다는 이유다. 최근 서브웨이는 설탕 함량을 50% 이상 줄인 새 쿠키를 선보이기도 했다. 샌드위치 못지 않게 유명한 서브웨이 쿠키의 변신에서 로우 푸드의 인기를 읽을 수 있다. 로우 푸드 열풍에 주류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술을 마실 수 없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선택하는 대체재였던 무알코올 맥주가 최근에는 건강을 고려해 우선으로 선택하는 상품으로 위상이 달라진 것. 지난해 오비맥주에서 무알코올 맥주인 ‘호가든 제로’와 ‘버드와이저 제로’를 출시한 데 이어 최근 CU에서는 당류를 제거해 칼로리를 줄이고 알코올 도수도 낮춘 ‘독도소주 제로 슈거’를 선보였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제4차 국민건강증진 정책심의위원회에서 당류 저감 정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2020년 72.3%였던 국내 적정 당 섭취 인구 비율을 2026년까지 80%로 높일 계획인 것. 100세 시대의 핵심은 ‘어떤 모습으로 100세의 삶을 누릴 것인가’에 있다. 몸의 균형이 무너진 채 병원 신세를 지며 100세를 맞이하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오늘부터 로우 푸드에 도전해보자. 맛도, 영양도 모두 잡을 수 있는 행복한 건강 관리의 문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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